데가지즘degagisme과 아랍의 봄

 

'데가지즘' 열풍…구체제·기득권 청산, 개혁요구 '봇물'

이번 프랑스 대선은 '데가지즘'(Degagisme)이라는 단어 하나로 요약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구체제나 인물의 청산을 뜻하는 데가지즘은 1차 투표 종반부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급진좌파 후보 장뤼크 멜랑숑이 사용하기 시작한 뒤 이번 선거를 가장 잘 표현한 단어로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도배'했다.

프랑스 대선을 통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른 단어인 '데가지즘(degagisme)'은 전 세계 정치혁명의 새로운 이름이 되고 있습니다.


 


본래 데가지즘은 '구(舊)체제 청산'을 뜻하는 프랑스어랍니다. 하지만 원래 원산지는 프랑스가 아닌 북아프리카 튀니지다. 지난 2011년, '아랍의 봄'을 맞아 독재자 벤 알리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던 튀니지 국민들이 외친 구호, 'degager'에서 유래했다. 이 단어는 우리 말로 "물러나라"란 뜻이다. 보통 구체제 청산과 인적쇄신을 뜻하게 된 데가지즘은 이후 이집트 대통령 호스니 무바라크의 퇴진을 요구하며 벌어진 타흐리르 광장 시위 때도 등장했다.

이 데가지즘이 얼마 전 끝난 프랑스 대선에서 다시 주목받았다. 국회 의석이 단 한 석도 없는 신생 정당, 여기서도 39세의 어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혁명적인 정치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신물 속에 나타난 비주류 열풍 속에 마크롱은 결선투표에서 만난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를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이어진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국제무대에서의 프랑스의 위상 약화로 '다 갈아엎자'는 데가지즘 열풍이 몰아쳤다. 선거 혁명에 가까운 이변이 속출한 끝에 기성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유력 정치인들이 모두 탈락하고, 정계 '이단아'들이 전면에 등장하기에 이른답니다.

기성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정치혁신에 대한 열망과 세계적으로 몰아닥친 포퓰리즘의 득세라는 환경 속에 두 사람은 유력후보들을 제치고 결선에 오르는 '파란'을 연출했군요.

그러나, 기존 공룡 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은 유권자들의 기성 정계에 대한 불신 속에 5공화국 역사상 처음으로 결선 진출자를 내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양당이 내달 총선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상실하면 존립 근거가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이단아'들이 일으킨 돌풍의 원동력은 기성 주류 정치권과 기득권 계층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과 분노였지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현재 몰아치고 있는 아웃사이더 열풍과 데가지즘 열풍은요 전 세계로 확장될 전망입니다. 기존 정치 엘리트들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대대적 정치개혁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대통령 탄핵과 궐석 대선을 치른 한국에서도 적폐 청산으로 요약되는 데가지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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