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딱히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런 대사도 내뱉지 않는 주인공과 약간 엇나간듯한 음울한 세계. 그리고 퍼즐을 겸비한 플랫포머. '림보' 이후 비슷한 콘셉트로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게임 중 하나라고 생각했거든요. 왜 롤이 잘되면서 한동안 국내서 MOBA 장르가 판을 쳤고 '포케몬 GO'의 인기와 함께 특별한 IP는 생각도 않고 그저 AR 게임에 주목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역시 게임쇼는 다르더군요. 독특한 분위기의 부스, 그리고 노란 비옷를 입은 식스의 코스프레 공연은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순간 영상이나 스크린샷으로 평가하던 제가 부끄러워질 정도였죠. 결국, 아침 일찍 짜놓고 나온 계획표를 다 무시하고 뭐에 홀린 듯 대기 시간 1시간이 적힌 대기 줄에 몸을 옮겼습니다.

지하계단을 내려오는 식스

노란 비옷의 리틀나이트메어의 식스 


 

방문을 나가면서 본격적인 퍼즐 액션이 시작됐습니다. 게임의 핵심 요소인 퍼즐은 기본적으로 조작 실력보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유리한 구조인데요. 물건을 들어 발판처럼 사용해 보이지 않던 길을 가거나 다음 퍼즐의 힌트를 얻는 식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많이 생각해서 그냥 지나가면 될 길도 괜히 이 물건 저물건 집어가며 플레이해 조금 뒤처져 버리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옆자리에 있던 여성이 게임을 매우 잘해 흘긋흘긋 곁눈질하며 게임을 진행해나갈 수 있었죠.

중간쯤 진행하니 부스 앞에서 보았던 요리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당연하게도 이 요리사의 눈을 피해야 다음 방으로 도망갈 수 있었는데요. 주인공의 몇 배나 되는 덩치에 묘한 표정과 다 상해버린 듯한 퉁퉁한 외모가 기괴함을 더했습니다. '딱 봐도 얜 피해야 해' 하는 스파이더 센스가 발동했죠.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고민하다 요리에 한창인 듯 한눈을 팔고 있을 때 파파밧!하고 달리기 기능을 사용해 도망쳤습니다. 요리사의 덩치가 커서 테이블 밑으로 쉽게 따라오지 못할 것 같아 그 밑으로 다닌 게 주효했습니다. 위압적인 모습에 비해 비교적 쉽게 통과해 어깨를 으쓱했더랬죠.



그런데 알고 보니 저는 정말 운 좋게 한 번의 시도로 요리사의 추적을 따돌린 거더군요. 빼어난 실력으로 퍼즐 해결에 큰 도움을 줬던 옆자리 유저는 이곳에서만 5번은 죽은 것 같았습니다. 결국, 부스에 있는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깼으니 쉽지 않은 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방을 나간 후에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개의 층을 오가며 풀어야 하는 마지막 퍼즐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실 화면이 아예 바뀌다 보니 두 맵을 오가며 깨야 한다고 자각하기 어려웠는데요. 대부분의 퍼즐이 이렇게 심리의 허점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퍼즐 디자인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퍼즐은 간단한데 손이 따라가지 못해 클리어하지 못하는 것처럼 짜증 나는 게임은 또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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