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1년에 연 3.6%를 준다니 저축은행이나 인터넷은행보다 훨씬 낫네요. 여유 현금을 모두 산업은행으로 옮겼습니다.”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아 각 은행의 예금 유치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요즘 온라인 재테크 사이트에서는 산업은행의 연 3.6% 정기 예금(1년 만기)이 화제다. 은행권 1년짜리 정기 예금 중 금리가 가장 높은 데다 까다로운 우대 금리 조건 없이 누구나 연 3.6%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0만원 이상이면 가입할 수 있는데 한도가 없기 때문에 억대의 뭉칫돈을 넣는 ‘큰손’도 많다고 한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45)씨는 “예금자 보호 한도는 5000만원까지지만,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망할 일은 없지 않으냐”며 “가족·친지들에게도 여윳돈이 있으면 최대한 산업은행에 넣으라고 권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10년 만에 부활한 산은 고금리 예금

산업은행은 지난달 18일 자로 ‘KDB Hi 정기예금(1년)’ 금리를 기존 2.9%에서 3.6%로 끌어올렸다. 7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폭(0.5%포인트)을 웃도는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은 영업점이 적어 다른 은행들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더 큰 혜택을 고객들에게 돌려주려는 입장”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 축소를 주문하는 가운데, 산은이 통 크게 ‘화답’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다른 은행들도 예금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산은 수준엔 한참 못 미친다. 우리은행의 ‘첫거래우대 정기 예금’은 1년 금리가 최대 연 3.6%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지만, ‘우리은행 첫 거래’와 ‘오픈 뱅킹 서비스 연결’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겨우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가입 금액도 최대 1000만원 이하로 제한된다.

우리은행 다음으로는 하나은행의 ‘하나의 정기 예금’이 연 3.4%, 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특판)’이 연 3.3%다. 이어 리딩 뱅크인 KB국민은행의 대표 상품인 ‘KB스타 정기 예금’이 연 3.11%,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 예금’이 연 3.2% 등이다. 영업점이 없어 비용 절감 효과가 큰 인터넷 전문 은행 정기 예금 금리도 카카오뱅크가 연 3.1%, 케이뱅크가 연 3.0% 수준이다. 직장인 B(37)씨는 “대출 이자 장사로 역대급 실적을 쌓는 은행들이 정작 수신 금리 인상에는 너무나 소극적”이라며 “기업 금융이 주력인 국책은행보다도 낮은 금리를 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산업은행은 언제든 넣고 뺄 수 있는 수시 입출금 통장 금리도 연 2.25%로 전체 은행권을 합쳐 1위다. 파격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토스뱅크의 연 2% 파킹 통장보다 금리가 높다. 시중은행들이 수시 입출식 통장에 고작 연 0.1% 이자를 지급하는 것과는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금융권에선 마치 2011년 산업은행이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수신 규모를 늘리기 위해 연 4.5%짜리 고금리 수시 입출금식 예금을 내놨던 시절을 방불케 한다는 말이 나온다. 산은의 적극적인 수신 금리 인상 행보가 앞으로 다른 은행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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