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신드롬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기사단장 죽이기’가 24일 일본에서 발매되며 하루키 열풍이 다시 불기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에서의 ‘하루키 현상’은 강력한 팬덤과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기 이유는 다르다”고 말한다. 1989년부터 10년간 와세다대학 객원교수였던 김응교 숙명여대 교수는 “일본인에게 하루키 소설은 고급 힐링 문학”이라고 단언했다.

1988년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이었다. 1년에 약 350만부가 팔려나갔다. 같은 해에 베스트셀러 3위에 오른 책도 하루키의 소설 <댄스 댄스 댄스>였다. 이 역시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같은 작가의 소설이 한 해에 500만부쯤 팔렸으니 말이다. 왜 이렇게 팔릴 수 있었을까. ‘재미있어서!’라고 말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하루키의 소설이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는 ‘500만부’를 설명할 수 없다


하루키 신드롬의 배후에는) 하위문화의 최전선, 즉 컴퓨터 게임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다. “(그의 소설은) 주인공의 지력, 체력, 무력을 레벨업시키면서 주인공을 기다리는 새로운 몬스터와 끊임없이 싸움을 벌여나가는 롤플레잉 게임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그 ‘게임성’이야말로 하루키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한다. 

‘하루키 현상’의 배경에는 하루키 작품 읽기를 게임하듯 숨은 의미를 찾으려 덤비는 오타쿠 독자와 비평자들이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하루키 랜드가 오락실이고 난도 높은 게임이 준비되어 있다는 소문이 돌자 하루키 문학 속 수수께끼 찾기에 탐닉하기 시작했다는 것. 소박하고 단순한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9)가 ‘편안한 변두리 다방’이었다면 ‘양을 둘러싼 모험’(1982)부터 하루키 문학은 다양한 게임 장치를 추가하며 ‘거대 기업’으로 번창하기 시작했다.

퍼즐과 텔레비전 게임 속에서 자란 세대의 감각을 포착해 작품에 많은 수수께끼를 심어놓았던 하루키 작품을 저자는 ‘독자의 참여를 부추기는 인터랙티브 텍스트’라고 압축한다



2013년 7월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르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국내 출간 첫 날 광화문 교보문고에 독자들이 줄을 서서 책을 사고 있다. 평일 대낮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책을 사는 '희귀 현상'에 취재경쟁도 붙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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