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간 미국 정가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는 '누네스 메모'로 알려진 기밀문건이었다.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공화·캘리포니아주)이 작성한 4쪽짜리 문건은 그동안 '러시아 스캔들' 수사로 수세에 몰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수사 기관에 반격할 기회를 만들었다. 이번 누네스 메모 공개로 러시아 스캔들 수사 전체가 흔들리는 가운데 문건을 만든 누네스 위원장의 정치적 배경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73년 10월 1일 캘리포니아주 툴레어의 포르투갈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누네스 위원장은 어린 시절 가족이 운영하는 농장에서 농사일을 거들면서 자랐다. 2001년에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미 농무부 캘리포니아주 농촌개발국장에 임명됐다. 그는 2002년 하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고 2011년 하원 정보위원회 상임 위원을 거쳐 2015년부터 정보위원장을 맡고 있다.

 


누네스 위원장이 트럼프 정부와 관련해 본격적으로 언론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은 2016년 트럼프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집행위원으로 합류하면서부터였다. 국가정보국(DNI) 국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그는 같은 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이 불거지자 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방어했다.

   누네스 위원장은 지난해 2월 인터뷰에서 의회 조사결과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가 공모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으며 관련 수사를 맡은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 방식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트럼프 캠프 도청 지시 의혹을 제기하자 즉시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으나 같은 달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누네스 위원장은 그러나 정보기관들이 오바마 정부 말기에 트럼프 캠프 관련 정보를 수집해 전파했다고 주장한 뒤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따로 보고했다. 

정보위 민주당 의원들은 누네스 위원장이 해당 발표 전날 백악관과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누네스 위원장을 러시아 스캔들 조사에서 배제하라고 요구했고 그는 결국 지난해 4월에 관련 수사에서 물러났다

 


 

 

누네스 메모를 조금더 알아보자


공화당에서 FBI가 FISA(해외정보감시법)를 위반한 문건을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백악관은 본인들은 아직 그 문건을 본 적이 없다고 발표한 한편 빠른 시일 내에 문건을 공개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문제는 공화당 측에서 확보한 문건이라는 메모가 공화당 의원의 비서실에서 만들어 그 진위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단 어느 쪽도 수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라 참거짓을 판별하긴 힘들지만, 타이밍이 묘하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들다.

2018년 2월 초반, 결국 의회에서 FBI 권한 남용 의혹과 관련된 누네스 메모를 공개했다. 공화당 소속 데빈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의 이름을 딴 4쪽짜리 문건은 공화당이 하원 위원회 규칙을 어기고, 누네스 비서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원래 규칙대로라면 여당인 민주당에게 조사 사실을 보고했어야 했다. 아담 쉬프의 말에 의하면 누네스는 FBI와 DOJ가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굳게 믿으면서도, 관련된 자료를 모두 읽지도 않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누네스는 백악관의 연관성 때문에 하원 윤리 위원회의 조사를 받았고, 덕분에 러시아 게이트 조사와 관련된 모든 사건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스스로 물러난다고 발표한 뒤에도 누네스는 계속해서 독립된 수사를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점이 많은 누네스의 메모는 FBI와 DOJ가 카터 페이지의 FISA 영장을 연장시키기 위해서 소위 알려진 '트럼프-러시아 서류'를 사용했다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즉, FBI와 DOJ가 민주당과 힐러리 클린턴 측의 상당한 돈이 들어간 트럼프-러시아 서류를 이용해 사법부를 속이고 불법적으로 카터 페이지에 대한 영장을 연장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터 페이지는 애당초 FBI의 수사선상 위에 올라와 있던 인물로, 메모가 말하듯 연장됐다는 것은 사법부가 인정할 수 있을 만큼 감청을 통해서 충분한 자료를 모으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누네스는 본인 메모를 통해서 FBI가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한 수사에 착수한 것은 소위 알려진 '트럼프-러시아 서류'가 아니라 조지 파파도풀로스의 발언 때문임을 스스로 인정해 버렸다. 즉, 누네스 메모마저도 FBI가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하여 트럼프 대통령을 조사하는 것은 합당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러시아의 대선개입 논란
일명 러시아 게이트로 이름 붙혀진 이 사건은 뉴욕 타임즈의 특종 보도 이후 정치권에서 엄청난 논쟁이 되고 있으며 이제 임기를 겨우 시작한 트럼프 행정부최대 위기가 될 전망이다. 당연하게도 야당인 민주당은 총공세모드이며 FBI 수사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당론을 모으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 투표사이트에선 트럼프를 탄핵해야한다는 찬성여론에 무려 86만명이 투표했다고 한다.# 마이클 플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러시아 누가 통화를 했는가가 주요 쟁점이었는데 이것이 지금은 트럼프 본인에게 까지 붙은 상황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트럼프는 미국역사상 가장 빨리 탄핵되는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얻을수도 있을 전망이다.

미국 주요 정보기관들이 모두 공통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고 공화당에서도 점점 초당적으로 대응해야한다는 분위기가 거세지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국 트럼프 진영에서도 끝내 "정보기관들이 공통된 결론을 도출한다면" CIA의 발표를 사실상 수용하겠다라고 비서실장 명의로 인정해버렸다. 그러나 발표 직후 다시 번복해서 현재는 러시아 게이트 사건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이 수면 위로 올라오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정보 공동체에 사실 확인 여부를 조사했고,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는 상원에서도 별도의 조사를 명령했다. 정보 공동체는 러시아가 2016년 미국 대선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 2016년 10월 7일, ODNI와 국토안보부는 러시아 첩보팀이 DNC 이메일을 해킹했으며, 해킹한 정보를 위키릭으로 보냈다고 분석했다.# 또한 다수의 보안 전문 업체에서도 러시아 첩보국과 관련있는 러시아 해킹 그룹에서 해킹을 했다고 보고했다. 2017년 1월, 미국 국가정보장은 러시아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를 선호했으며, 푸틴 대통령이 클린턴 캠페인을 공격하라는 명령을 직접 지시했고, 이메일 해킹뿐만 아니라 러시아 정부에서 직접 페이크 뉴스를 제작해 소셜미디어에 풀었다고 증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36명의 러시아 외교관을 추방시켰고, 러시아 첩보의 중심지로 의심되는 두 개의 영사관을 폐쇄시켰으며, 경제 제재를 확대시켜 푸틴 관련자들 전체를 압박했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은 여전히 정보공동체와 미국 하원/상원 첩보 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있고, 기밀 정보가 포함되어 있기에 보고서 전체를 보여준 적이 없으며, 기밀 정보가 제외된 일반 보고서만이 공개됐다. 기밀 정보 때문에, 미국 의회도 공개 청문회와 비공개 청문회를 따로 열고 있다. 2017년 3월 시행된 여론조사에 의하면 미국인 40%가 러시아가 대선에 개입했다고 믿고 있으며, 10%는 개입했으나 트럼프를 돕지는 않았다고 대답했고, 37%는 개입하지 않았다고 믿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이 선거에 져서 일을 꾸미고 있는 것이라며, 러시아의 선거 개입을 부정했다. 러시아 정부도 계속해서 선거 개입을 부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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